GOOD DAY 1 | 제주도 봉성소락 2023.02.14-16 (2박3일) 2023.02.14 | 1일차 제주도 공항에 도착해 야자수를 보면 쌀쌀한 제주 바람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도두해녀의집_특물회, 전복죽 (제주 제주시 도두항길 16) 도두해녀의집은 제주공항과도 가깝다. 공항에 도착해 바다를 보면 시원한 물회가 생각난다. 보통 특물회를 먹는데 전복과 해삼이 들어가 있다. 때마다 한치나 성게가 들어가기도 한다. 꼬득꼬득 씹히는 맛이 좋은 물회 한 사발과 따끈하고 고소한 전복죽과 밑반찬들을 먹으며 든든하게 배 속을 채웠다. 봉성소락 (제주 제주시 애월읍 녹근로 51-3) 제주도에 여러번 왔지만 봉성소락을 온전히 즐기기로 마음먹고 서울을 떠났다. 조용한 마을과 사진으로 봤던 공간이 실제로는 어떨지 마음이 설렌다. 한적한 봉성리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어딘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차를 주차한 뒤, 작은 나무문을 지나 대문을 열어본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숨차게 달려온 나날들을 뒤로, 대청마루에 눕듯 신발을 벗기 전 잠시 짐을 풀고 누워 본다. 열어둔 문을 따라 시선이 멀어진다. 멀리 보이는 풍경을 한동한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갈한 부엌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게 조리도구와 그릇이 준비되어 있다. 한쪽에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가 있다. 처음 핸드드립을 사용하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동영상이 스피커 위 스마트 폰에 안내되어 있다. 숙소 이용 안내 사항과 차를 내리는 방법도 찬찬히 보았다. 봉성소락 playlist는 apple music 에서도 들어볼 수 있는데 계절에 따라 선곡하시는 것 같았다. playlist 마다 느낌이 달라 밤과 낮에 또는 계절, 기분에 따라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자주 들었던 노래가 나오면 둘이 서로 이 노래 자주 듣던 건데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노천탕이 있는 외부 공간은 돌담이 높게 쌓여 있다. '오름오름 트레킹 맵' 제주도 오름에 대한 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고 오랜만에 짧은 소설도 읽었다. 집에서는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신기하게 밖에 나오면 책이 술술 읽힌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뼛속까지 시린 기분이 자주 들었는데 긴 긴 겨울에 지친 몸을 뜨끈한 노천탕에 홀홀 녹여본다. 겨울은 언제나 지나간다. 시린 날들은 언제나 지나간다. 반짝이는 별들과 흐트러지는 구름.따스하고 한가롭다. 2023.02.15 | 2일차 록다미_토스트(수제잼&버터), 커피, 금귤에이드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14길 3 초록대문)대문집_갈치조림+성게미역국 2인세트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484) 아침에 일어나 동네 주변을 돌아 보았다. 주변에 농장물이 있는 밭들이 있었다. 무슨 밭인지 한참 보앗다. 배추인가? 봄동인가? 한참을 보다 보니 뽀글뽀글 윗머리가 보였다. "아 그거 있잖아. 브로콜리랑 비슷한 거!" "콜리플라워!!"라고 외치며 즐거워했다. 이름을 알아차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일찍 여는 카페를 찾다 지인이 추천해줬던 '록다미'로 향했다. 토스트와 음료를 주문한 뒤 귀여운 소품들을 구경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었다. '채소다방'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제철 재료들로 만든 채소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요리를 보고 군침이 돌았다. 철에 맞는 음식 언제나 옳다. 방금 토스트를 먹고 나왔는데 금방 배가 고파졌다. 여행을 와서 그런가? 평소엔 쌀밥을 잘 안먹는데 뜨끈한 한식이 먹고 싶어졌다. 근처에 마침 갈치조림이 유명한 '대문집'이 있었다. '갈치조림+성게미역국(2인세트)'을 주문했다. 갑자기 찾아본 곳이라 큰 기대 없이 먹었는데 짭조름하고 달큰하고 매콤한 국물이 맛있었다.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밥을 먹고 나오자 비가 쏟아졌다. 가고 싶었던 오름이나 긴 산책은 못할 것 같아 가볍게 산책할 겸 '납읍난대림지대'로 향했다. 납읍난대림지대로 가는 길에 '구구책방'에서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구매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비슷한 이름의 다른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여러 편 봤지만 책마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잘 질리지 않는다. 짧은 글을 모아 엮은 책이 꽤 있어, 못 봤던 에세이가 있으면 한번은 읽어본다. 쉽게 읽혀 한 번에 다 읽어버릴수도 있지만 중간 중간 끊어서 잠깐씩 보는 재미가 있다.중간중간 웃음이 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웃길만한 이야긴 아니지만 읽다보면 '풋'하고 웃게 된다. 납읍난대림지대 (제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1457-1) 납읍난대립지대에 도착해 산책로에 들어서니 커다란 나무들이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주었다. 점점 거세지는 빚줄기에 좀 젖긴 했지만, 촉촉이 젖은 숲의 나무들이 내뿜는 냄새가 좋았다. 카페코랫_오늘의스프(토마토), 따뜻한 라떼 (제주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서로 5519)봉성식당_제주산 흑돼지 목살/오겹살(600g), 한라산 (제주 제주시 애월읍 봉성로 66 봉성식당) 비를 맞고 나니 으슬으슬 몸이 추워졌다. '카페코랫'에서 따뜻한 스프로 몸을 데우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방바닥이 따뜻해 잠이 들 뻔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봉성식당'은 봉성리에 있는 고깃집이다. 한라산 한 병과 고기를 먹었는데 고사리와 묵은지를 고기와 같이 구워준다. 고기는 씹는 맛이 좋다고 하는데 다 먹을 즈음에 턱이 살짝 아파졌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한적한 시골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마트에서 사 온 딸기를 후식으로 먹었다. 딸기향이 가득 나는 이곳의 딸기는 달고 상큼했다. (산지는 제주가 아니었지만 하하) 2023.02.16 | 3일차 생일 축하해 자성! 제주에서 마지막 날. 스테이위드커피_따뜻한 라떼 (제주 제주시 해안마을5길 29 스테이위드커피)D&DEPARTMENT JEJU (제주 제주시 탑동로2길 3) 디앤디파트먼트로 가는길에 카페에 들려 따뜻한 라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주변을 산책했다.비를 맞고 촉촉해진 한라봉, 레드향나무에서 상큼한 과일 냄새가 솔솔난다. 푹 쉬고 잘 먹고 잘 놀고 서울로 돌아간다. 봉성리의 별빛과 공기가 벌써 그리워진다. 마음과 몸이 으슬으슬할 때 다시 생각날 것 같다.